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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소설] 파친코 줄거리/후기 (결말 스포, 내용, 뜻)

AICO 2023. 6. 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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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터파크)

 

 

 

 

안녕하세요, aico입니다.

 

얼마 전 소설 『파친코(PACHINKO)』를 읽었어요.

 

일제강점기를 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에요.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이며, 한 장(場)이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책이에요.

 

소설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Min Jin Lee)은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요. 『파친코』를 출간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철저하게 역사를 조사해가면서 집필했다고 해요.

 

이 책은 특이하게도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특정되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선자가 주인공이겠구나 하면서 읽었는데, 계속 읽다보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선자 한 명만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겪은 세대와 재일교포로 사는 그 후손들 전부다 주인공이었어요.

 

 

 

 


 

 

 

 

 줄거리 

 

 부산 영도에 사는 선자와 그의 엄마 양진은 하숙집을 운영한다. 선자의 아빠 훈이는 절름발이에 언청이였으며 아내와 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다가 오래 전 죽었다. 16살의 선자는 어느 날 잘생긴 부잣집 남자인 고한수를 만난다. 결혼까지 생각하며 그의 아이를 가졌지만 고한수가 이미 일본에서 가정을 이루며 살고있다는 말을 듣고 좌절한다. 유부남의 자식을 임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하면 살아갈 수 없는 시대였지만, 하숙집의 손님으로 왔던 목사 백이삭이 그녀의 소식을 듣고 죄 없는 뱃속 아이를 위해 선자의 남편이 되기로 한다.

 

 선자와 이삭은 이삭의 형이 있는 일본의 오사카로 가서 함께 살기로 한다. 이삭의 형인 요셉과 그의 아내인 경희는 선자네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살뜰히 챙긴다. 선자와 경희는 함께 장사를 했지만, 남자가 돈을 벌어야한다는 사상이 강한 요셉은 이에 강하게 반발한다. 선자와 이삭 사이에서 노아의 동생인 모세(모자수)도 태어났고 그들은 가난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던 중 이삭은 사상범으로 일본 감옥에 끌려가서 몇 년을 고문을 받다가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게 된다.

 

 노아와 모자수는 학교에서 조선인이라고 차별을 받는 암담한 상황속에서도 나름대로 잘 견뎌낸다. 노아는 공부를 잘 하는 똑똑한 아이로 자랐다. 고한수는 자신의 핏줄인 노아를 멀리서 지켜보며 경제적으로 힘들 때마다 도움을 준다. 노아가 명문 대학에 들어갈 때도 고한수는 입학금이며 방세 등 모든 것을 부담했다. 어느 날 노아는 자신의 친아빠가 목사 백이삭이 아니라, 야쿠자 고한수였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한다. 착하고 바른 아들로만 자라왔던 노아는 가족과 연락을 끊으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아간다. (고한수는 수 년 뒤에야 노아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노아는 그곳에서 자신이 조선인임을 숨기고 파친코에서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한수는 선자를 노아와 만나게 했지만 며칠 뒤 노아는 자살한다.)

 

 한편 모자수는 공부에는 소질이 없고 다소 욱하는 성격으로 자랐다. 학교를 중퇴하고 파친코 사장 밑에서 일하면서 착실하게 살아간다. 성실함을 인정받아서 파친코 사업도 맡게 된다. 아내 유미 사이에서 아들 솔로몬을 낳았지만 몇 년 뒤 유미는 사고로 죽게 된다.

 

 노아를 잃은 큰 슬픔 속에서도 이들은 계속해서 살아간다. 가난했던 과거에 비하면 파친코 사장으로 일하는 모자수 덕분에 현재는 매우 부유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파친코에서 일하는 재일교포를 보는 시선은 좋지 않다. 떳떳하게 돈을 벌어온 모자수에게 사람들은 야쿠자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모자수는 아들 솔로몬에게까지 이런 운명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서 어렸을 때부터 좋은 학교에 보내고 좋은 교육을 시켰으며, 외국의 더 큰 세상에서 살길 바란다. 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자신이 일본인 취급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는 솔로몬도 끝내 파친코 일을 하기를 원한다.

 

 

 

 


 

 

 

 

 

 선자네가 현재 이렇게 부유하게 살고있는 것은, 사실 몇십 년의 시간 동안 힘들 때마다 고한수가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고한수가 아니었다면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더 상황은 안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현재 선자네 후손들이 행복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이주하며 살아가게 된 재일동포(자이니치)들의 삶을 그려낸 책입니다. 재일동포 후손들은 일본에서는 일본인으로 인정 받질 못 하고, 한국에서는 한국인으로 인정 받질 못 하는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동을 느끼며, 이러한 사회적 편견과 싸우려면 누구를 상대로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_MEMO

 

 

 

 "(생략) 난 네가 조선인이라는 게 아주 좋아. 조선인은 영리하고 근면하고, 남자들이 아주 잘생겼어." 아키코가 유혹하듯 노아에게 은근한 눈길을 던지며 웃음을 지었다. "화났구나. 잘 들어, 네가 원한다면 우리 가족 전부랑 만날 자리를 마련할게. 이렇게 훌륭한 조선인을 만나게 되다니 우리 가족이 운이 좋은 거지. 널 보면 생각이 바뀔..."

 "아니."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

 "노아 짱, 왜 그렇게 나한테 화가 난 거야? 널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 알잖아. 집에 가자. 나랑 그거 하자."

 노아가 아키코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키코는 항상 노아를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상상 속 모습을 덧씌워서 보고 있었다.아키코는 모두가 꺼리는 사람과 어울려주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다.노아라는 존재는 아키코가 좋은 사람이고 배운 사람이며 진보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주었다.노아는 아키코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에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자신이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이 무슨 의미이든, 노아는 그저 자기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아키코와 함께라면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었다.

 

 

 

 

 

_선자 엄마 영진의 장례식장에서

 

 고한수는 지팡이를 짚고 걷고 있었다. (생략) 선자가 고한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어머니는 죽기 직전에 이 남자가 선자의 삶을 망쳤다고 했지만 정말 그랬을까? 고한수 덕분에 노아가 생겼다. 임신하지 않았다면 이삭과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삭이 없었다면 모자수와 손자 솔로몬도 없었을 터였다. 선자는 더 이상 한수를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성경에서 요셉이 자신을 노예로 팔아넘긴 형들을 다시 만났을 때 뭐라고 말했던가?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니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 선자가 이 세상의 악에 대해 물었을 때 이삭이 이 구절을 가르쳐주었다.

 

 

 

 

 

지난밤 꿈에서 선자는 한수가 다시 만나러 와줘서 행복했다.두 사람은 영도의 옛집 근처 바닷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꿈을 떠올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삭과 노아는 세상을 떠났는데 한수는 살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것이 공평하단 말인가? 한수는 도쿄 어딘가의 벼원 침대에서 밤낮으로 간호사들과 딸들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고 있었다.선자는 다시는 한수를 만나지 않았고,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꿈에서 한수는 선자가 어렸을 때 본 모습 그대로 활기찼다. 선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한수도, 심지어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에서 다시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젊은과 시작, 소망이었다. 선자는 그렇게 여자가 됐다.한수와 이삭과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이어지는 순례의 길도 시작되지 않았으리라. 이 아줌마의 삶에도 평범한 일상 너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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