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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것을 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신경끄기의 기술]

AICO 2018. 4.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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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이 책을 두 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부정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이고, 긍정적인 자신감은 허세이다.’


음... 과연 그럴까?


내가 보기에 이 책의 저자는 많은 사람이 역설하는 ‘긍정적인 마인드’에 정면 돌파함으로써 독서 시장에 한 획을 그으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한 것 같다. 


‘2017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

‘전 세계 28개국 출간 계약’

‘자기계발서의 상식을 뒤집은 책’


이런 타이틀이 달렸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나의 기분을 단계별로 표현해보면,

초반 - “뭐? 역효과 법칙? 긍정적인 생각이 사실은 자신의 결점과 실패에 몰두하게 한다고?”

중반 - “음..여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름 일리 있는 면도 있네”

후반 - “작가가 처음에 말하던 거는 어디 가고 지금은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그렇다. 이 책은 장황하게 쓰여있다. 그리고 많은 사례를 들어 사람들을 혹하게 만든다.




책 내용을 직접 살펴보자.


작가는 철학자 앨런 와츠가 말한 ‘역효과 법칙’을 가져다 썼다.

일단 앨런 와츠가 말한 ‘역효과 법칙’은 다음과 같다.


 더 긍정적인 경험을 하려는 욕망 자체가 부정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부정적인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긍정적인 경험이다.


마크 맨슨은 ‘역효과 법칙’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긍정 추구가 부정적인 것이라면, 부정 추구는 긍정을 낳는다. 가령, 체육관에서 고통을 추구하면, 그 결과로 건강과 활력을 얻는다. 사업에 실패하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를 알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불안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감과 카리스마를 뽐낼 수 있다. 힘들더라도 바른말을 하면, 상대의 신뢰와 존중을 얻는다. 공포와 불안을 겪고 나면, 용기와 인내를 얻을 수 있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았다.



부정 추구?

책을 직접 읽어보면 알겠지만, 작가 마크 맨슨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을 부정적인 것이라 말한다.


이 세상에 성공한 사람들은 극소수일 뿐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한 인생을 산다, 그러니까 평범한 인생을 살게 될 우리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큰 꿈을 가지면 뭐하나? 우리는 성공한 극소수의 사람이 못 될 텐데, 그러므로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믿음을 버려라. ‘나는 성공 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현재의 나는 실패자라는 걸 일깨운다.


이게 작가가 주장하는 것이다!


더 웃긴 게 있다.

분명 초반에 저렇게 말한 작가는 마지막에 가서는 성공하는 법을 알려준다.

기존 자기계발서의 관점을 타파한 이 책을 따라 하는 사람이야말로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듯이.




고통스러운 운동을 견디고 건강과 활력을 얻은 사람, 사업 실패를 딛고 새로운 사업에 성공한 사람 등등..

작가의 말대로라면 이들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부정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긍정적인 행동보다 부정적인 행동을 선행하겠는가? 내가 보기엔 그저 기존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오래된 관점의 순서를 바꾸고 꾸역꾸역 짜 맞추어 글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부정만 추구하는 사람은 회의감에 빠져 쉽게 포기하고 말 것이다. 이들이 성공한 이유는 밑도 끝도 없는 부정추구(=현실 인식)가 아니라, 고통스럽고 힘든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견뎠기에 성공한 것이다. 긍정추구가 선행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또한 자신감은 허세라며 경계해야 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믿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이 틀렸을 때 그동안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믿음을 의심하는 것은 맞다.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지 않고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일 때도 그래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니까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모든 행동의 의도와 동기를 의심하라고 한다. 심지어 “너 자신을 믿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라는 말이야말로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가 ‘부정추구’라고 말했나보다.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의심만 하며 일생을 보내라고.




가슴이 뛰는 일이라 생각했던 게 실제로 경험해보니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작가가 말하는 ‘부정 추구’가 새로운 일로 빠르게 전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긴 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슴 뛰는 일이 자신과 완벽히 잘 맞는 일이라면?

‘부정 추구’로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의심하고 지내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사소한 일 하나로 “이 일은 나하고 안 맞나봐”라는 생각이라도 살짝 들어 “옳거니, 계속 의심했던 보람이 있어. 이 일은 나랑 안 맞아.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다.”라고 쉽게 포기해버리면?


읽을수록 답답한 책이다.




또한, 책 곳곳에 제시된 여러 사례는 작가가 책의 내용과 어울리도록 각색한 티가 다분하다.

자소서에도 같은 일화를 두고 리더십을 중심으로 쓰는지, 역경 극복을 중심으로 쓰는지에 따라 다른 일화가 되지 않는가?

이 책을 읽을 여러분도 책에 나온 사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래도 작가의 인생사를 살펴보면 어쩌다가 이런 책을 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크 맨슨은 한마디로 거짓말하기 좋아하는 악동이었다.

10대 시절 자석으로 보안장치를 해킹해 한밤중에 집을 몰래 빠져나가고, 친구 엄마가 잠든 사이 차를 훔쳐 드라이브를 하기도하고, 극단적인 보수파 기독교인 선생님에게 낙태를 주제로 쓴 보고서를 제출, 친구 엄마의 담배를 슬쩍해서 뒷골목 아이들에게 팔기도 했고. 마약은 하지 않았다지만 가방 밑바닥에 몰래 숨겨둔 대마초가 걸려서 퇴학, 이후 기독교 학교에 입학했지만 적응 불가, 20대 초반까지는 허세에 빠져 문란하게 지내며 여자관계만큼은 자신만만한 선수가 됐고. 술과 섹스에 빠져 지내다 정신을 차리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려고 보니 돈이 없어서 오랫동안 친구 집 소파에서 신세를 졌던 과거.


그는 현재는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이지만, 어린 시절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여자관계에서는 선수였지만 인정에 대한 갈망에 목말라 허세를 부리고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자신감을 허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른 이에게는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책이 될 수도 있다.

뭐, 세상 모든 것에는 ‘반대과정이론’이 존재하는 거니까.

내 글을 보고 이 책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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