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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불평등을 감수하며 산다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AICO 2018. 5. 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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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안규남 옮김



우리 사회는 분명 불평등하다. 오늘날은 이전의 20 대 80의 사회가 아닌 0.1대 99.9의 사회이다. 이를 두고 이 책의 작가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사회적 불평등은 역사상 최초로 영구기관이 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구기관은 외부에서 동력을 공급받지 않아도 길고 오랫동안(길 영, 오랠 구), 즉 영원히 움직이는 장치이다. 영구기관의 긴 역사 동안 영구기관이 발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에너지 개념이 확립되면서 결코 발명될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 이러한 영구기관을 불평등에 비유하다니. 과연 불평등의 실상을 명쾌하게 짚어낸 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치고 싶은 그리고 고쳐야만 하는 말이다.



"소수의 부는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낙수효과)


당신은 이 말에 동의하는가?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옳은 생각이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은연중에 동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불가피한 생각이다.



믿고 싶지 않은 이 현실을 두고 바우만은 어떻게 이것이 우리 현실이 되었는지 알려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수의 부는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식의 주장은 거짓된 주장이라는 근거가 밝혀지고 있지만, 이 주장이 완전히 거짓이라는 것을 (은연중에라도) 사람들이 왜 믿지 못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책에 나온 거짓 주장을 살펴보자.




1.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들이 공생하려면 많은 문제가 생기는데,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경제성장이다.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0.1의 사람들만 돈을 벌지, 99.9의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이 떨어질 뿐이다. 결론적으로 경제성장은 사회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지속시키고 심화시키는 원인이다.



2. 계속해서 늘어나는 소비, 즉 소비 대상이 더 빠른 속도로 교체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행복을 충족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니다! 늘어나는 소비는 불평등을 더 악화시킨다!

SNS가 발달하면서 ‘나는 쇼핑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메시지가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다. 쇼핑은 단순히 쾌락이 아니라 인간 존엄과 관련된 행위가 되었다. 쇼핑할 돈이 없는 약자는 쇼핑을 마구 해대는 강자의 모습을 보고 굴욕감을 느끼고 자신이 사회적으로 열등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이러한 부류의 믿음은 ‘불평등은 부정의 하다’고 소리칠 마음을 앗아갔으며 인권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을 잊게 했다.


더욱이 약자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강자와 비교했을 땐 자신이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다른 약자와 비교하면 자신이 조금이나마 우월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남들보다 한발 앞서기one-upmanship'라고 부르는데, 이 또한 불평등을 감수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3. 인간들 간의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중세 봉건 사회의 피라미드식 계층 구조와 같은 계급의 피라미드 구조를 배우며 자랐다. 그래서 불평등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긴다. 불평등은 ‘자연적인’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사실 ‘습관적인’ 것일 뿐이다. 불평등에 저항하면 할수록 불평등은 ‘자연적인’ 것이 맞다고 옹호하는 꼴이 된다. (물론, 불평등에 저항하는 것은 불평등의 확대를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4. 가치 있는 사람은 성공하고 가치 없는 사람은 실패하는 ‘경쟁’은 사회 질서와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 꼭 필요하다.


아니다! 오늘날의 경쟁인 ‘남들보다 한발 앞서기’는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엄청나게 발전한 소비주의 문화로 인해, 사람-사물 관계(또는 주체-객체 관계)는 우월함-종속, 명령-복종, 행동-순종 관계와 같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 책에은 강자와 약자를 각각 사람(의지가 있는 주체)과 사물(의지가 없는 주체)에 비유했다. 오늘날의 소비주의 문화는 사물(약자)이란 본래 사람(강자)에게 봉사하려고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위로 올라가 책 표지를 다시 봐보자.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글씨가 피라미드 모양을 이루고 있다. 맨 꼭대기를 차지하는 극소수의 부자, 중간을 차지하는 중산층, 아래를 차지하는 다수의 서민... 의도된 모양이다. 원서는 더하다. 아래 사진 참고..


 

Does the Richness of the Few Benefit Us all? (출처 : YES24)



이 책은 철학적인 소재를 다루어 내용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곧이곧대로 번역한 탓에 읽기 힘든 문장투성이였다.

책 내용은 제목과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근데 딱 그게 전부다. 우리가 왜 불평등을 감수하게 되었는지 그 현실을 분석한 내용. 해결방법을 제시하지는 않고 현실분석만 하다가 끝난다.


도대체 왜 우리가 불평등을 감수하며 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책 속에 담긴 바우만의 말을 끝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겠다.


 

“시도해보지 않는 한, 거듭해서 그리고 더욱더 열심히 시도해보지 않는 한, 그 생각이 틀렸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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